우리는 개성 뚜렷한 6명의 발달장애인과 그들의 엄마들입니다. 비장애인과 같은 공간에 살고 있지만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힘겨움, 장애를 가진 자녀를 내 삶이 다하는 순간이 아닌 아이의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걱정과 두려움- 그런 삶을 묵묵히 꿋꿋이 살아가는 이들이 뭉쳤습니다.
[ 코레일과 휴먼인러브가 함께하는 ‘기차여행 스토리! 레일드림’ 평창·강릉 여행 참가자들 (2018년 6월 12일) ]
친척도 친구도 이해하지 못해요
발달장애 자녀와 직접 생활하는 것과 외부에서 보는 것은 다릅니다. 정말 힘들어요. 얼핏 본 모습만으로 걱정스러워하며 힘들겠다고 말을 하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됩니다.
하지만 같은 발달장애인 가족끼리는 그 어려움이 어떤 건지 잘 알기 때문에 아이가 어떤 모습을 보여도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편해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끼리는 아이에게 어떤 기준을 두고 좋다 나쁘다 평가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 아이 자체로 인정하죠.
[ 오대산 월정사로 가는 전나무 숲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엄마와 딸 ]
나의 삶이 다하는 순간이 아닌, 아이의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걱정과 두려움은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의 한결같은 마음입니다. 내가 80살이 되면 아이는 50살이 될 테고 아이는 부모 없이 살아야 하는 삶이 적어도 10년에서 30년 정도 되요. 세면하는 것, 용변을 보는 것, 옷 입는 것 등 일상의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누구도 부모의 눈으로 바라봐 주지 않습니다.
시설에 들어가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 아이들은 표현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밖에서는 알 수가 없어요. 현재 우리나라는 혼자 남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부모가 눈 감았을 때 구박받고 학대 당할 위험성이 대단히 큽니다.
[ 동해 안목해변에서 참가자 이선옥씨가 움직이는 물을 좋아하는 딸아이와 함께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 ]
발달장애인들이 그 자체로 존중 받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꿉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전국장애인부모연대)은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이었던 지난 4월 3일부터 6월 8일까지 68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청와대 앞에서 24시간 철야 청원운동을 했습니다. 발달장애인도 인격체로 존중 받고 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 수 있게 해달라고요.
그리고 드디어 지난 6월 8일, 정부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에 관련한 협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제도가 현실화 될 때까지 아이의 미래와 생존을 위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려고 합니다.
[ 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뭉쳤다. 비장애인과 같은 공간에 살고 있지만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힘겨움, 장애를 가진 자녀를 내 삶이 다하는 순간이 아닌 아이의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걱정과 두려움- 그런 삶을 묵묵히 꿋꿋이 살아가고 있다. ]
여행으로 삶의 여유와 활력을 충전해요
발달장애 자녀가 있는 경우 아이의 장애 때문에 여행을 가거나 무얼 하겠다 마음을 갖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아이와 추억도 만들고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엄마들이 서로 위로와 힘을 얻고자 용기를 내서 여행을 신청하게 됐어요. 저는 아이와 기차를 탄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아이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받는 것이 무척 부담이 됐는데 발달장애 가족이 여럿이 모여 있으니까 시선을 받는 것도 덜 부담이 되고, 서로 챙겨주니까 아이들과 엄마들 모두 다 무척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어요.
[ 오대산 월정사를 찾은 ‘기차여행 스토리! 레일드림’ 참가자들 ]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아요. 아이들도 표현이 안 되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예민해지고요. 여행을 다녀온 후에 한결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아이에게 화도 덜 내게 되고 아이도 편안해하는 걸 느껴요. 이번에 간 곳마다 배경이 너무 좋아서 아이들과 사진, 동영상을 정말 많이 찍었어요. 엄마들은 모두 휴대폰 메인 화면을 이번 여행에서 잘 나온 자녀의 사진으로 바꿨답니다. 발달장애인 가족을 위해 여행을 선물해주신 코레일과 휴먼인러브에 감사를 전합니다.
[ ‘기차여행 스토리! 레일드림’에 참가한 모자 커플이 대관령 하늘목장(왼쪽), 동해 안목해변(오른쪽)에서 남긴 기념사진]
휴먼인러브 장애인 지원 활동
휴먼인러브는 저소득 발달장애인 가정 생활보조금 및 긴급 의료비 지원, 발달장애인 진로 교육 지원, 장애인 문화·체육 활동 지원, 독거 시각장애인 쌀 및 반찬 지원을 실시하여 장애인의 자립과 자활을 돕습니다.
코레일과 휴먼인러브가 함께하는 ‘기차여행 스토리! 레일드림’은
평소 여행이 어려웠던 장애인, 다문화, 저소득 가정과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소외이웃을 위해 위해 수고하는 활동가, 자원봉사자, 특수학교 교사 분들에게 기차여행을 선물합니다.
2018년 상반기에는 총 131분이 여행참가자로 선정됐으며, 2018년 하반기 ‘레일드림’ 참가 신청은 오는 10월 휴먼인러브 홈페이지(www.hil.or.kr)를 통해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