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호로!! (평안하세요!!) 부룬디에서 소식을 전하는 박준권 사무장입니다. 휴먼인러브 가족 여러분, 모두 건강히 잘 지내시고 계시죠?
부룬디는 한동안 대통령의 3선에 대한 폭동과 시위로 인해 무척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점점 분위기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어서 안도감이 들고 기쁩니다. 그리고 오늘은 오래간만에 르완다 소식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휴먼인러브 르완다 장학생들은 지난 8월 2일(일)부터 16일(일)까지 약 2주 동안 2학기와 3학기 사이의 짧은 방학 기간이었습니다. 먼 곳에 있는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던 학생들도 방학이 되면 각자의 집으로 돌아오는데요. 우리 장학생들도 방학을 맞아 모두 르웨루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모일 수 있게 된 장학생들과 방학기간 동안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 중에서 형편이 어렵고 가옥의 상태가 가장 열악한 학생의 집을 모든 장학생들이 함께 보수하는 봉사활동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가옥 보수 봉사활동을 통해 장학생들에게 서로 협력하며 사는 삶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작은 힘도 뭉치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르완다 현지직원인 알폰스는 방학 전부터 이에 대해 의논하고 활동을 준비하였습니다.
르완다의 8월은 비가 오지 않고 대지가 마르는 건기인데 르웨루 지역은 르완다에서도 낮은 지대에 있어 더욱 덥습니다. 그래서 하루 봉사활동을 5시간으로 제한하고, 시멘트를 섞거나 물을 나르는 힘을 쓰는 일은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것으로 활동 규칙을 정했습니다. 또한, 보수할 가옥은 알폰스가 직접 장학생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여 상태를 파악한 후, 가장 열악한 집을 선정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결과, G. S. Rilima 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마니라레바 라자부(MANIRAREBA Radjabu) 학생의 집을 보수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라자부 학생의 가정형편은 무척 어려웠습니다. 아버지는 라자부가 어렸을 적에(지금도 어리지만)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홀로 아이 넷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르웨루 지역은 지난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을 피해 인접국으로 피난을 갔다가 수 년 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빈곤 난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인데 라자부네는 그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집에 속합니다.
역시나 가옥의 상태도 무척 좋지 않았습니다. 흙으로 지어진 낡은 집은 곳곳이 헐려 있었었고 창문은 아예 빠져서 없었고 문은 너무 낡아 있었으며 집 내부는 낮이지만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흙 바닥에는 깔만한 멍석도 없고 대나무를 얼기설기 엮은 크지 않은 평상에서 온 가족이 잠을 잔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집 전체를 새로 지어줄 수는 없지만 흙집의 외부가 비바람에 견딜 수 있도록 시멘트를 바르고, 다 부서진 문을 교체하며, 비어 있던 창문을 넣어주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8월 6일(목)부터 7일(금)까지 이틀간 저와 휴먼인러브 르완다 장학생들은 라자부의 집 보수를 실시했습니다.
먼저 외벽에 바를 시멘트를 섞는데 남학생들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에 무척 익숙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여학생들은 시멘트와 물을 나르는 일을 도맡아 하였습니다.
저 역시도 한 때 시멘트를 제법 섞어봤었는데 오랜만에 삽을 잡은 터라 그런지 손도 까지고 심지어 피도 났습니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습니다. 삽을 잡고 시멘트를 섞으면서 학생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을 많이 해봤는지, 학교 생활은 괜찮은지……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은 장학생들은 물론이고, 현지 직원인 알폰스도 방학기간이나 집에 머무를 때에는 집안의 소일거리로 이러저러한 일들을 많이 한다고 했습니다. 몇 명의 학생들은 르웨루 지역 내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한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저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저 또한 어릴 때에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집에서 어망을 만들기도 하고, 소일거리로 4색 볼펜을 만들기도 하고, 나이가 좀 더 들어서야 건설현장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게 되었는데 이곳 학생들은 저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는 말을 들으며 가슴이 아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형편에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학생들이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한편 장학생 중에는 심적으로 힘들어 하는 학생들도 있었는데요. 자신들이 학업을 하면서도 일을 해야만 하는 환경에 힘들어 하는 학생도 있었고 현재 자신의 모습이 처량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장학생들이 한국의 학생들은 돈이 많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면서 일을 할 필요도 없고, 직업도 쉽게 구한다고 생각하며 막연하게 한국 학생들을 부러워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한국에도 가난하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많고, 저를 포함한 우리 각자는 각자의 삶의 무게와 고민을 느끼면서 살아간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대개의 장학생들이 ‘에이~~’ 또는 ‘거짓말 하지 마세요, 한국사람들은 다 부자이지 않나요?’ 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학비를 모으기 위해서 했던 아르바이트,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절망하지 않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내신 저희의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아울러, 어느 국가이건 다양한 상황과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탓하기만 하고 주저 앉아 있으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풍족한 가운데서 삶과 일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보다 오히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고 자신의 길을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삶이 훨씬 현실적이고 아름답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말로 장학생들을 격려해주었습니다. “너희들이 가정형편은 무척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잘하고 있는 것 같아. 계속 삶의 긍정적인 부분을 바라보고 포기하지 말고 같이 힘내서 길을 찾아보자.” 라고요. 이렇게 장학생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수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이틀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 갔습니다. 집의 외벽은 시멘트가 꼼꼼하게 발렸고, 새 문과 창문이 번듯하게 설치되었습니다. 활동이 끝난 후에는 장학생들에게 다음 학기에 쓸 학용품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이틀이 무척 아쉬웠지만 장학생들과 함께 봉사활동도 하고, 서로의 생각과 고민을 공유하는 무척 뜻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라자부의 어머니께서는 영상을 통해서 “이번 가옥 보수 활동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도움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함께 일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도 너무 행복했고, 여러분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신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라며 휴먼인러브 가족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하셨습니다.
짧은 방학이었지만, 르완다 장학생들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아서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다음에도 부룬디와 르완다의 좋은 소식으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라자부도 “이번에 저희 집을 고쳐주셔서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휴먼인러브 가족 여러분들이 저희 가족의 집을 수리하고 보수하는데 도와 주시려는 노력에 감사 드립니다. 집이 상태 무척 좋지 않았는데 휴먼인러브에서 너무 큰 도움을 주신 것 같아서 어떻게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신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