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호로!(평안하세요!) 우무룬디(Umurundi / 부룬디 말로 부룬디 사람이라는 뜻) 박준권입니다. 휴먼인러브 가족분들 모두 평안하신가요? 휴먼인러브 부룬디 지부의 소식을 알리고자 모니터 앞에 앉았습니다.
부룬디는 요즘
부룬디는 요즘 전기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수도인 부줌부라 마저도 전기가 잘 공급 되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전기 찾아 삼만리를 하고 있습니다. 전기를 공급하는 수력발전소의 노후화와 이웃 나라에서 전기를 구입할 여력이 되지 못하는 국가 재정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죠.
휴먼인러브 부룬디 지부도 전기문제 때문에 오는 어려움이 적지 않은데요. 컴퓨터와 인터넷을 제대로 쓸 수 없다보니 업무에 점점 차질이 생기기도 하고요. 지부가 위치한 곳이 옛~날 부자 동네인 ‘Kinindo’라는 곳인데 동네사람들은 이제 이 곳에 기득권층이 살지 않기 때문에 전기가 다른 지역보다 적게 공급되고 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지 간에 하루빨리 전기 사정이 회복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한편, 동아프리카 연합에 소속된 대부분의 국가들은 2015~17년 사이에 대통령 선거를 하게 되는데요. 부룬디의 대선은 내년에 실시될 예정입니다. 대선이 점차 가까워지다 보니 사람들은 기대감과 불안감에 싸여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서 큰 문제들이 자주 발생하는데요. 기득권 세력이 선거를 통해 권력에서 밀려나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지 못한데 대해 불만을 품는 정치세력이 생기면 작은 소요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크게는 내전으로까지 발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룬디도 요즘 대선을 앞두고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여러 가지 루머들이 돌고 있는데요. 오랜 내전 끝에 겨우 평화를 찾았고 그런 상황이 서로에게 얼마나 큰 아픔을 주는지 다들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다시는 고통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장학사업의 첫발을 내딛다!
드디어! 부룬디에서도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을 지속하지 못했던 학생들을 지원하고 그들이 가진 꿈과 가능성을 지지하는 휴먼인러브 장학사업의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이번 장학금은 개인 후원자 분들의 정성이 담긴 기부금으로 전달되어 더욱 뜻 깊었습니다. 장학금 전달식은 지난 9월 5일 실시되었습니다. 이날은 아침부터 비가 억수같이 내렸습니다. 그동안 오지 않던 비가 몰아서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데 학생들이 장학금 전달식에 제대로 올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차 트렁크에 실은 학용품이 비에 젖지 않도록 커버를 단단히 덮고 빗길을 달려 부반자에 마련된 행사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미리 도착해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모습이 다 보이지 않아 걱정이 됐지만 내색하지 않고 미리 온 친구들과 현수막을 벽에 걸고 학용품들을 봉투에 같이 정리하며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하늘도 우리들의 간절한 마음을 알았는지 어느새 억수같이 쏟아지던 비가 점차 그치고 초대했던 사람들이 속속 행사장으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휴~우…’ 요청했던 의자와 다른 것들도 준비가 잘 되었고, 기적처럼 예정한 시간에 행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식의 진행은 꼬뮨(Commune / 우리나라 ‘면’ 정도의 행정 단위)의 행정관이 맡았습니다. 저희는 지역에 처음으로 소개가 되는 파트너라서 직접 진행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어서 제가 말할 수 있는 순서가 되었습니다. 저는 휴먼인러브를 소개하고 우리가 생각하고 꿈꾸는 것과 부룬디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휴먼인러브는 NGO이지만 단순히 물건과 돈을 전달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당신들의 꿈과 고민을 함께 공유하고 지지하러 왔습니다. 구호단체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여러분들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어떤 물질적인 지원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에 품은 뜻,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속 배우고, 고민하고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노력을 함께 했으면 합니다.” 라고요. 그리고 한 명씩 호명하며 학용품과 장학증서를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냥 전달하기보다는 한 명씩 눈을 보고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했죠^^. 얼굴과 이름을 다 외우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기회가 되는대로 학교를 찾아다니면서 개별면담도 하고 가정방문도 해서 얼굴도 익히고 이름도 확실히 외우기로 다짐했습니다.장학생 수가 많고 사는 곳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다가 도로사정까지 좋지 않아서 장학생들을 자주 보기는 힘들겠지만 (학생들은 지역의 학교시설이 열악해 타 지역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제가 먼저 진심과 최선을 다 한다면 서로간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학증서 전달이 끝나고 학부모 대표와 학생 대표가 나와서 하고 싶은 말과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는데 학생 대표가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1) 질병이 있는 친구들이 있는데 치료를 해주나요?
2) 대학은 지원이 되나요?
3) 교복이나 신발 혹은 옷과 같은 물품들도 지원이 가능한가요?
이 3가지였습니다.
먼저 첫 번째 질문에는 질병에 대해서는 우리의 전문 분야가 아니지만 나중에 개별 면담을 할 때 상세하게 이야기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는 지원이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두가 대학을 가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꿈을 위해 정말 필요하고, 의지가 있고, 성적도 되는 사람이라고 확인되면 지원할 예정이다 라고 답했습니다. 마지막 질문에는 교복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원 방법을 찾고 있고 확정된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질문을 하는 적극적인 모습은 좋았었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것을 해보고 싶다든지 더 배우고 싶은 것이 있는데 방학 동안에 지원해 줄 수 있는지와 같이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고 시다는 내용이 아니라 그저 뭔가를 채워달라는 내용이어서 얼마 전에 만났던 르완다 학생들과 괜히 비교도 되고 마음이 조금 씁쓸했습니다.
다음으로 시장님의 축사가 이어졌습니다. 시장님 역시 학생들에게 제가 했던 말과 비슷하게 ‘멈춰서 기다리지 마라. 누가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마라’ 라는 조언을 하셨고 자연스럽게 제가 몇 마디 답사를 한 뒤 식을 마무리 했습니다.아무래도 부룬디 사람들 대부분이 빈곤에 처해있다 보니 구호기관의 지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지원은 필요하지만 너무 그것에 의존하게 되면 그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자립하는데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그런 부분을 항상 생각하게 됩니다. 비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됐었는데 장학금 전달식은 이렇게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먼 곳에서 응원해 주신 휴먼인러브 식구들, 현장에서 도와주신 선생님들과 모든 분들께 감사를 돌립니다. 우리의 활동이 진정 그들의 삶에 도움이 될까? 뭘 같이 해보면 좋을까?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매일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직접 물어보면 더 빠르겠죠? 이제 학생들과 만나고 들어보고 대화할 순서네요. 더 달려 보겠습니다. 다음에 이어질 풍성하고 생생한 부룬디 현장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다음편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