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인 아들, 늘 곁에서 버팀목이 되어주는 남편을 향한 엄마의 기도
이렇게 예쁜 아기천사가 난치병이라고요?
백일 무렵 숨쉬기 힘들어하는 태양이(가명, 18세)를 안고 급히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의사선생님은 태양이가 위중하다며 인공호흡기를 연결했습니다.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갖가지 검사를 하는 동안 태양이는 뇌에 산소 공급이 되지 않아 엄마 아빠도 못 알아보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결과는 선천성근병증. 치료방법이 없다는 말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태양이가 제발 이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파하는 아이 곁에서 저와 남편이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었습니다. 우리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을까. 태양이는 10여 차례의 고비를 가까스로 이겨내고 1년여 만에 인공호흡기와 뱃줄을 달고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백일무렵 호흡장애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태양이]
[지극한 간호로 상태가 점점 좋아지던 태양이]
작은 병원으로 바뀐 태양이네 집
병원에 있는 동안 태양이의 네 살 터울 형은 할머니께 맡겨졌습니다. 집에 왔을 때 태양이의 형은 아빠 엄마를 낯설어했습니다. 아빠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밤낮으로 병원을 오가느라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병원 생활을 하면 집안이 엉망이 될 것 같아 태양이를 잘 돌봐서 병원에 가지 않고 네 식구가 모두 함께 살아야 한다고 다짐했고 피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집은 작은 병원이었습니다. 인공호흡기와 산소통, 소독기, 각종 의료용품을 구비하고 면역력이 약한 태양이를 위해 식구들을 제외한 가족의 출입도 제한했습니다. 태양이는 목을 가누지 못하고 몸을 움직이지도 눈을 맞추지도 못한 채 천정만 바라봤습니다. 3시간마다 몸을 움직여주고 하루에 4번씩 천천히 분유를 뱃줄로 넣어주고 30분에 한 번씩 석션기로 가래를 뽑아주었습니다. 감기라도 들면 5분에 한 번씩 가래뽑는 기계를 들고 태양이 곁을 지켰습니다. 하루에 2~3시간 자는 일이 보통인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6년 만에 들은 ‘엄마’
예후가 좋지 않을 거라는 의사선생님의 말과는 달리 태양이는 조금씩 성장하고 비스듬하게 목도 가누고 붙들어 주면 걸음도 걷는 상태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6살 되던 해에 처음으로 태양이에게 ‘엄마’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날 그 감격은 세상 어떤 소리보다 아름다웠고 고마웠고 행복했습니다. 말을 배운 뒤로 태양이는 하루종일 곁을 지키고 있는 저에게 ‘엄마 예뻐’ ‘엄마 괜찮아?’ ‘엄마 힘들면 쉬어’라며 말벗이 되어주고 엄마를 위로해 주기도 합니다. 하루 중에 웃는 일이 있다면 모두 태양이 덕분이죠.
다시 찾아온 고비
그렇게 몇 년 동안 태양이가 많이 좋아지는 듯 했지만 병증이 진행되고 점점 근육이 굳어지면서 혼자 일어나 앉을 수도 설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아빠의 회사가 문을 닫게 되면서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 짐도 빼지 못하고 쫓겨났습니다. 태양이 아빠는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만성신부전으로 신장투석을 받게 되었고 3년 전에는 간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암이 재발하여 이식수술을 받으려고 했다가 이도 여의치 않게 되어 못하게 되었습니다.
남편도 아들만큼 버텨주길 바래요
나의 불행은 지금이 마지막일 거라고… 더 이상의 바닥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하나 둘 겹쳐서 왔습니다. 아픈 태양이가 왔고 아픈 남편이 왔습니다. 마음속엔 감당 못할 두려움과 괴로움이 가득해도 겉으론 담담해야했습니다. 아니 꼭 해야 합니다. 태양이를 위해 따뜻한 밥상 한 번 차릴 수 없다는 것이 가슴 아프지만 지금껏 살아 있어줘서 버텨줘서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태양이처럼 남편도 오래도록 버텨줬으면 좋겠습니다.
※ 휴먼인러브는 태양이네가 경제적 부담을 덜고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실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태양이네를 함께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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