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기, 식사하기, 물건 찾기, 화장하기, 외출하기 … 어떤 이들에게는 일상적인 일들이지만 어떤 분들에게는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해내기 힘든 과제들인데요. 바로 시각장애인분들에게 그렇습니다. ‘함께함’이 더욱 소중한 분들과 함께 특별한 외출에 나섰습니다.
지난 11월 15일 토요일, 휴먼인러브는 관악구에 거주하고 계시는 시각장애인 61명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한시련(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악구지회 직원 등 총 130여명과 함께 산책과 사과따기 체험을 하기 위해 충남 예산으로 출발했습니다.
첫 목적지인 윤봉길의사 기념관 ‘충의사’에 도착했습니다. 주말이어서 이동하는 차량이 많아 예상 시간보다 지체되었지만, 버스 밖을 나와 시원한 공기를 마시니 피로감이 싹 사라졌습니다. 예약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우리들을 ‘충의사’의 문화해설사분이 기다려 맞아주셨고, ‘충의사’에 대한 소개와 함께 윤봉길 의사의 일대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윤봉길 의사’라고 하면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에게 도시락 폭탄을 던진 분이라는 생각이 전부였는데, 이 번 기회를 통해 그 분이 왜 그런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셨는지 얕게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자원봉사자의 손을 꼭 잡고 해설사분의 음성을 따라 40여분동안 ‘충의사’를 관람하고 다시 버스에 올랐습니다.10분쯤 뒤, 우리는 수덕사 근처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오랜만에 여럿이 둘러앉아 시끌벅적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먹는 식사가 무척 꿀맛 같았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늘의 메인 일정인 사과따기 체험을 위해 ‘은성농원’으로 향했습니다. 이동하는 동안 버스 안에서는 오늘의 중대한 미션이 발표되었습니다. 2인1조가 되어 가장 무거운 사과 한 개를 따온 팀에게 사과 1박스를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미션을 듣고 버스 안 여기저기에서 서로 ‘일등을 하겠다’며 분위기가 한껏 들떴습니다. 은성농원에 도착 후 농장 관계자분께 사과따기 요령을 안내 받고, 1인당 10개의 사과를 딸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각장애인분들께서는 사과 하나 하나를 만져보고, 옆에 있는 봉사자에게 색깔과 상태를 물어보며 사과따기에 신중을 기하셨습니다. 어떤 분께서는 지팡이를 이용해서 높은 곳의 사과까지를 더듬어 보시기도 했답니다.
드디어 미션을 위해 사과 무게를 재어보는 시간. 각자 딴 사과 중 가장 무거운 것을 내어놓았습니다.
“○○○선생님 420g, ○○○선생님 670g, ○○○선생님 390g”
“이 사과로 무게를 다시 재주세요!”
“와~ 저 사람 사과 670g이래. 에잇!”
“그 사과로는 안돼요. 1등 못해 하하하…”
무게를 듣고 기뻐하는 분, 다른 사람의 사과 무게를 듣고 실망하는 분, 더 무거운 사과를 따온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지 하고 마음 졸이는 분… 경쟁적인 미션의 재미까지 더해져 사과따기 체험은 더욱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각자가 딴 사과를 버스에 싣고 든든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며 오늘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시각장애의 특성상 외부활동을 자주 하지 못함으로써 발생될 수 있는 심리적 어려움들이 있는데요. 이러한 체험활동은 시각장애인들이 비슷한 환경에 처한 이들과 만나 고민을 나누는 한편, 비장애인들과 어울리며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괴리감을 해소하고 자신감을 얻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회가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서 시각장애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