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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활동소식

지적장애 특수학교, 성베드로학교와 함께하는 “우리 함께 걸어요”

By 2015년 05월 28일9월 5th, 2024No Comments

짜증과 답답함으로 그늘진 얼굴

출근 시간에 지옥철에 끼어 정신 없이 학교로 직장으로 향하는 사람들, 열띤 회의를 마치고 나와 부지런히 울려대는 전화를 받고, 주어진 시간 안에 일을 해내기 위해 바쁘게 사는 사람 중에 한 명이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누군가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계획했던 일이 그대로 되지 않을 때는 밀려오는 짜증과 답답함에 얼굴에 자주 그늘이 지곤합니다. 장애인 날을 맞아 실시했던 장애아동학교 걷기 행사에 행사도우미로 참여했던 날도 그런 날이었습니다. 행사 진행을 돕기로 했던 봉사자가 사정이 생겨 불참하는 바람에 갑작스럽게 인형탈과 카메라 가방을 들쳐 메고 집결장소로 향하게 됐습니다. 다시 얼굴엔 그늘이 드리워지고 마음은 누군가 건드리면 바로 폭발할 것 같이 날카로워졌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이런 상태가 하루종일 갔을텐데… 그런 마음이 집결지로 향하는 동안 점차 누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렵게 한걸음 한걸음을 옮기는 아이… 그런 아이를 말없이 붙들고 갑니다.

어렵게 한걸음 한걸음을 옮기는 아이, 계속 같은 말만 하는 아이, 괴성을 지르는 아이들을 보며 적잖게 놀라기도 하고 그런 아이들을 말없이 붙잡고 가는 보호자들을 보며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집결장소는 지적장애아동, 청소년을 포함한 4~500명 정도의 인파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힘들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이날 우리가 향한 곳은 춘천 김유정역이었습니다.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 마을을 두르고 있는 금병산 둘레길 중턱을 골인하는 가볍지도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은 정도의 코스였습니다. 하지만 지적장애 아이들에게는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내리막길에서 발을 못 떼고 안절부절 하기도 하고 걷기 싫어서 떼쓰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과 형제들, 선생님들은 그런 아이를 기다려주고 달래며 함께 걸었습니다.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코스인 금병산 중턱에서는 저희의 존재가 빛을 발하게 되었습니다. 인형탈을 쓰고 골인 지점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저기 산 아래에서 떼를 쓰던 아이들이 우리를 보자 홀린 듯 골인 지점으로 돌진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토끼인 제게 서로 안아달라고 했고 저는 그런 아이들을 하나씩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아니… 아이들은 포옹으로 제 마음속에 남아있던 마지막 얼음장까지 녹여주었습니다.

가족들은 장애의 어려움 앞에서 한 숨 쉬어 가기도 하고 아이에게 맞춰 기다려주고 달래기도 하며 함께 걸었습니다. 그런 가족들의 모습은 시간을 재촉하고 기준을 만들고 기준에서 어긋나면 짜증내는 것에 익숙해진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해 주었습니다. 부모님의 손을 꼭 잡은 아이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묵묵히 걷는 가족의 모습은 지금도 선하게 떠오르며 마음을 뜨겁게 합니다.(사)휴먼인러브가 지원하는 지적장애아동 학교 성베드로학교의 ‘우리 함께 걸어요’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가족 구성원간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매년 봄에 실시되고 있습니다. 꿋꿋이 걸어가는 지적장애아동과 가족들을 함께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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