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호로!
안녕하세요. 휴먼인러브 가족 여러분. 부룬디와 르완다를 오가며 살고 있는 휴먼인러브 박준권 사무장입니다. 다들 건강하신가요. 이번에는 짧고 경쾌한 소식을 전달해드릴까 합니다. 지난번에 알려드린 것처럼, 르완다는 지금 11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2달간 긴 방학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특별 영어수업도 하고 각자 부족한 과목을 학습하기 위해 서로 도와가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방학 중에도 열성인 학생들에게 재미와 쉼을 주면 좋지 않을까 해서, 간식을 싸 들고 방문해 조촐한 체육활동 시간을 가졌습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체육대회이고 그냥 같이 어울려 운동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으며 친목을 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바야흐로 때는 12월 9일 화요일 9시 30분, 우리는 방학기간 동안 영어수업을 하고 있는 학교로 모두 모였습니다. 제가 가져간 사모사(삼각형으로 생긴 인도식 튀김 만두 같은 음식)와 현지식 도너츠의 냄새를 맡았는지 학생들은 매우 격하게 저를 반겼습니다. 저는 친구들에게 휴먼인러브 티셔츠를 하나씩 나눠주고 경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다들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교실 뒤편의 운동장으로 출발했습니다. 학생들은 어른스러운 척을 하기도 하고 새침 거리기도 하고, 서로 껴안고 장난도 치며 걸었습니다. 영락없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첫 경기는 축구로 시작했습니다. 팀을 둘로 나누고 남녀의 비율도 최대한 맞춰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저도 한쪽에 끼어서 함께 축구를 했는데, 혹시나 애들이 불편해 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신기하고 재미있어하며 저를 반겨줬습니다. 제가 자전거를 타고 맨손 운동도 자주 하지만, 1500m에서 십대인 이 친구들과 함께 뛰는 건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직 서른둘밖에 안됐는데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마음이 좀 씁쓸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너무 즐거워하며 뛰는 모습을 보니 그런 마음도 금새 사라졌습니다. 한편, 경기를 하며 대단하다고 느낀 건 여학생들이 생각보다 너무 잘 달리고 운동을 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남학생에 비하면 운동에 대한 흥미나 체력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함께 뛰면서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운동신경이 좋고 진지하기도 했습니다. 승부는 박빙으로 이어지다 1대1로 무승부가 되었습니다. 저는 내심 아쉬워하고 있는데 몇몇 학생들이 서로 진 팀 없이 둘 다 이겼다고 말하며 친구들의 기운을 돋우는 것을 보며 놀라기도 하고 우리 애들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은 배구 경기였습니다. 배구는 기존에 영어수업 때 나눴던 4개 그룹으로 편을 짜서 경기를 했습니다. 4개 조가 토너먼트로 승부를 매겼는데 한 경기당 먼저 20점을 득점하는 팀이 이기고 승자전과 패자전을 통해서 1위부터 4위까지 나누기로 했습니다. 우선 상품을 무엇이라도 거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1위에게는 나중에 소정의 선물을 주기로 했습니다. 역시 승부는 남학생들의 실력보다는 여학생들의 활약 여부가 결정을 지었습니다. 의외로 아마추어들의 경기가 더 박진감 넘치고 손에 땀을 쥐는 흥미진진한 경기를 했습니다. 박빙의 경기를 거쳐 최종 우승팀이 결정되었고, 우리는 간식을 먹으러 교실로 이동했습니다. 여건상 잘 준비된 비싼 음식은 준비할 수 없었고, 삼모사(인도식 튀김 만두 같은 것)와 현지식 도너츠를 준비해서 음료와 함께 나눠줬습니다. 같이 운동하며 땀을 흘린 후 먹는 음식은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무척 환상적이었습니다.
행복한 간식시간 후에 학생들은 영어 수업 중에 준비했던 조별 꽁트를 선보였습니다.총 2팀이 발표했는데, 재미있고 웃기지만 내용은 교훈적 이었습니다. 첫 번째 스토리는 계속 뻔한 거짓말을 하다가는 나중에 크게 낭패를 본다는 내용이었고, 두 번째 꽁트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왜 공부가 중요한지를 이야기 하는 만담이었습니다.내용은 뻔하고 한국의 개그 코드와는 다르지만, 진지하면서 재미있게, 또 그것을 낯선 외국어로 재치 있게 풀어낸 것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다 같이 운동하고 한바탕 웃고 나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니 계속 웃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저를 보는 눈이 부담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어려워하는 것 같기도 했는데 오늘을 계기로 서로 더욱 마음을 열어가는 것 같아서 매우 기뻤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계속 잘 이어가서 학생들이 제게 개인의 고민과 이야기를 편히 말할 수 있는 친근한 형처럼 대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길 기대합니다. 르완다에서 박준권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