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게시물은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이 발행하는 해양쓰레기 뉴스 2026년 5월호(Vol.18 No.1)에 게재되었습니다. **
이은주 | 프로젝트 자문, 휴먼인러브 | ejyi@humaninlove.org
채지연 | 환경사업부 팀장, 휴먼인러브 | chalet@hil.or.kr
해양쓰레기는 전 세계 해양 생태계와 연안 지역사회를 위협하는 심각한 환경 문제입니다. 정책적·기술적 해결책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변화는 결국 사람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으로 옮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에서 어린이는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어린이는 미래 환경의 주체이자 다음 세대의 시민으로서 가치관과 행동 양식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 시기의 경험은 환경에 대한 인식과 실천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환경 교육과 참여 기회는 매우 중요합니다.
휴먼인러브는 지난 5년간 「내가 사랑하는 바다(My Beloved Ocean)」 캠페인을 운영하며 한 가지 사실을 계속해서 확인했습니다. 단순한 인식 제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의미 있는 변화는 어린이들이 창의적이고 체험적인 학습을 통해 이해와 공감, 그리고 행동을 연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됩니다. 이는 어린이가 환경 교육의 수동적인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사회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동적인 주체임을 보여줍니다.
휴먼인러브는 2021년부터 지난 5년간 글로벌 해양 캠페인 「내가 사랑하는 바다」를 통해 어린이들의 환경 인식을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활동을 추진해 왔습니다. 국제 어린이 환경 그림 대회를 중심으로 창의적 표현 활동, 환경교육, 지역사회 기반 활동을 통합한 본 캠페인에는 2025년 한 해에만 무려 18개국 약 3,500명의 어린이가 참여했으며, 현재까지 누적 참여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사진 1. 그림을 통해 해양 환경 문제에 관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어린이들. 사진 제공: 휴먼인러브, Upcycle It Ghana
이 캠페인은 단순한 그림대회에 그치지 않습니다. 인식, 공감, 행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지속적이고 의미있는 행동 변화가 가능하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전체 과정을 설계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휴먼인러브는 「어린이 환경 인식(Children’s Perception of the Environment, CPE)」 에서 영감을 받은 몰입형 학습 프레임워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 관찰(Observe): 어린이들은 주변 환경을 탐색하며 해양쓰레기 문제와 생태계 변화를 직접 눈으로 관찰하고 확인합니다.
– 성찰(Reflect): 환경 문제의 원s인과 영향을 생각하고 이를 자신의 일상과 연결해 봅니다.
– 표현(Express): 그림, 이야기, 대화 등을 통해 자기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어린이들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바다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을 자연스럽게 키워 나갑니다.
사진 2. 창의적 학습 자료와 체험교육, , 독서 활동을 활용한 환경 교육 모습. 사진 제공: 휴먼인러브
그러나 인식이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해 캠페인은 대회 이후에도 다양한 후속 환경 활동으로 확장됩니다. 참가 어린이들은 해변 정화 활동, 환경 캠페인, 지역사회 교육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며 인식을 실천으로 옮깁니다. 이러한 환경 실천 경험을 통해 어린이들은 스스로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됩니다.
사진 3. (왼쪽) 인도네시아, (오른쪽) 가나에서 진행된 어린이 중심 환경 활동. 사진 제공: 휴먼인러브, Upcycle It Ghana
대표적인 후속 활동 중 하나는 환경 도서 기부 활동입니다. 수상 어린이들은 환경 관련 도서를 직접 선정하여 지역 학교나 마을 도서관에 기증합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기관을 찾아 소통하고 기부 과정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어린이들은 단순한 참가자를 넘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주체로 성장하게 됩니다.
사진 4. 지역 학교와 도서관에 환경 도서를 기증하는 어린이들. 사진 제공: 휴먼인러브, ECOTON Indonesia
각국에서 진행되는 활동은 지역의 상황과 필요에 맞게 운영됩니다. 어린이들은 환경 정화 활동, 해양 리터러시 교육, 지역사회 참여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며 지역 차원의 인식 확산과 행동 변화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 참가자들은 이후 자원봉사자로 다시 참여하여 자신의 경험을 또래와 공유하고 새로운 참여를 독려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또래 간 상호작용은 참여를 지속시키고 행동 변화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행동 변화는 단기간에 측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어린이들이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는 방식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창의적 표현, 체험 학습, 지역사회 참여가 결합할 때 학습은 더 입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험이 됩니다.
사진 5. (왼쪽) 미얀마, (오른쪽) 인도에서 진행된 어린이 중심 환경 활동. 사진 제공: Myanmar Ocean Project, CAREESS India
이러한 활동은 보다 넓은 정책 논의와도 연결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작품과 메시지는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이 논의되고 있는 정부간협상위원회 제5차 회의(INC-5, 부산)에서 소개되었습니다.
사진 6. INC-5(대한민국 부산)에서 전시된 어린이들의 작품과 메시지. 사진 제공: 휴먼인러브
또한 본 프로젝트는 인도-노르웨이 해양오염 및 플라스틱 폐기물 포럼에서도 소개되었습니다. 「마음과 습관의 변화: 행동이 만드는 플라스틱 해결책(Changing Minds & Habits: How Behaviour Shapes Plastic Solutions)」 세션에서는 어린이들의 작품과 메시지가 정부 및 정책 전문가 토론과 함께 소개되었으며, 인식과 행동 중심 접근이 정책 논의와 국제 협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사진 7. 인도-노르웨이 포럼(인도 뭄바이)에서 진행된 어린이 작품 전시. 사진 제공: CAREESS India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국제 정책 무대로 연결하는 이러한 시도는 해양쓰레기 문제의 시급성을 보다 친근하고 공감하기 쉬운 방식으로 전달합니다. 또한 개인과 지역사회 차원의 행동 변화가 정책적·제도적 대응을 보완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내가 사랑하는 바다」 캠페인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예술 기반 참여, 체험 학습, 지역사회 참여를 결합해 인식에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효과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주는 의미는 하나의 캠페인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모든 기관과 단체들은 어린이를 단순한 환경교육의 수혜자가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 나아가 정책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의 주체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식 제고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인 참여의 기회를 마련해야 합니다.
어린이들이 관찰하고, 성찰하고, 표현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부가적인 요소가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인 변화를 위한 필수적인 전략입니다. 어린이를 환경 문제 해결의 동반자이자 기여자로 인정하고 지원할 때, 우리는 해양쓰레기 문제에 더욱 포용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